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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는 상담실’ 카운셀러… 인생 2막 드라이브 즐거워 2011-12-29 06:20:11  
  이름 : 박기사    조회: 4316    
 
[앙코르 내 인생] 상호신용금고 CEO에서 택시기사로 변신한 김기선(67)씨
정리=신동흔 기자 이메일
dhshin@chosun.com

‘달리는 상담실’ 카운셀러… 인생 2막 드라이브 즐거워
57세에 CEO 박차고 나와 10년 넘게 택시 운전
적당한 신체운동에 정년없는 직업에 만족해
속내 털어놓는 손님 하루에도 수십명씩 만나
승객들과 주고 받은 사연 모아 두번째 책 출간 계획
"어머, 과장님. 정말 택시를 모시네요." "누구시더라?"

택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뒷좌석을 돌아보니 20여년 전 내가 중앙투자금융에 근무하던 시절 함께 일했던 여직원이었다. 내가 직접 채용했던 직원이어서인지 용케도 나를 알아본 것이다.

"허, 내가 그때부터 택시를 몰겠다고 그랬었나 보군요. 그걸 기억하고 계셨네."

꼭 10년 전인 2001년 11월, 나는 택시기사가 됐다. 세 차례 연임을 하며 8년 동안 맡았던 영풍상호신용금고의 사장(CEO) 임기가 아직 1년이나 남아 있던 시점이었다. 일찍 물러나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자는 생각이 있었고, 더 늦으면 '인생 2막'을 시작할 시기를 놓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환갑 기념으로 개인택시를 한 대 뽑겠다는 계획을 일찌감치부터 세워두고 있었는데, 개인택시 면허를 받으려면 3년의 법인택시 무사고 운전 경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 57세 되던 해에 평생 몸담았던 금융권에 작별을 고했다.


  영풍상호신용금고 사장 재직 시절 사무실에서/김기선씨 제공 젊을 때 대리 시절, 일본 도쿄로 휴가여행을 갔다가 은퇴한 노인들이 구두를 닦고, 여관에서 벨보이를 하는 모습을 봤다. 그들 중에는 고위관료 출신이나 사업가 출신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돈을 모아 자선단체에 기부도 하고 해외여행도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모습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외국에선 대학총장이 퇴직 후 재임하던 학교의 수위나 정원사로 근무하는 예도 드물지 않다고 했다. 나는 은퇴 후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머리를 쓰는 것보다는 단순한 육체노동이 좋을 것 같았다. 또 정년이 없어야 하고, 내 스케줄대로 살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안 해 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택시였다.

노년을 앞두고 택시 운전대를 잡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대부분 만류했다. '사모님' 소리만 듣던 아내도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나는 강행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 게 확실하다. 일주일 지나니 과거는 싹 잊혔다. 과거를 잊는 것은 인생 2막에 있어서 '제1원칙'이다. 아내는 요즘 자기 친구 남편들은 다 놀고 있는데 나는 일을 한다면서 대만족이다.

법인택시를 몰던 1~2년은 새로운 일이 주는 재미와 흥분에 빠져 살았다. 초기에는 실수 연발이었다. 미터를 꺾지도 않고 장거리를 운행하거나, 길을 찾지 못해 손님한테 폐를 끼친 날도 많았다. 그렇게 시작한 택시 인생이 어느새 10년을 넘겼다. 옛날에는 '한우물을 파라'고 했지만, 평균수명도 길어진 세상에서 어떻게 지루하게 한우물만 파겠는가. 전혀 다른 분야로 바꾼 것은 잘한 일이었다.

요즘도 일하는 날은 새벽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이른 새벽이지만, 아침밥은 아내가 항상 챙겨준다. 은퇴한 남편한테 하루 세끼 챙겨주면서 '삼식(三食)이'라고 놀리는 여자들이 있다는데, 나는 적어도 아내에게 눈칫밥 얻어먹을 일은 없다. 게다가 많지는 않지만 하루 벌이한 주머니를 매일 안겨주니 누가 마다하겠는가. 과거에 비하면 벌이는 많이 줄었지만, 노년의 삶은 수입에 맞춰 지출을 조절할 수 있다. 자식들이 다 커서 결혼한 마당에 큰돈 쓸 일도 없다.

택시 안은 세상의 축소판이다. 좁은 땅덩이 위에 별의별 사연을 지닌 별의별 사람이 산다. 덕분에 세상을 한쪽밖에 못 보고 살았던 내가 그 뒤에 숨은 수많은 속사정을 알게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됐다. 모두 이 한 평짜리 택시 속에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택시가 마치 '달리는 인생상담실'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택시 안은 철저한 익명과 비밀이 보장된다. 내리면 끝이니까. 그래서 자기 신상에 관한 것, 배우자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일을 털어놓는 이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이나 된다. 처음엔 뭔가 의미 있는 말 한마디라도 해줘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명쾌한 해답이나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저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 시원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요즘은 자녀의 이혼 때문에 손자를 떠맡아 키우며 신세를 한탄하는 노인들이 많다.

노년의 지혜라고 할까, 생각지도 못했던 '경구(警句)' 같은 것이 택시 안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중에서 '살까 말까 망설여지면 말고, 갈까 말까 망설여지면 가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고급 외제 승용차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나이 지긋한 손님을 태우고 이야기를 나누다 내린 결론이었다.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비싼 물건 사둬 봐야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니, 그것보다는 사람을 만나는 모임이나 좋은 여행지 같은 '갈 곳'을 부지런히 다니는 게 더 알찬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동안 들었거나 이야기를 나눈 이런저런 사연을 메모해두었고, 곧 이를 묶어서 책으로 낼 계획이다. 이미 지난 2005년에 택시 운전 경험을 묶어 '즐거워라 택시인생'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택시를 운전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작가라는 세 번째 직업까지 갖게 된 셈이다. 브라보, 택시 인생!

== 조선일보 12월 29일자에서 발췌 chosun.com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28/2011122802717.html?news_Hea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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